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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19  18: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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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휘 / 그림:문 악 보

‘우산도(于山島)’

-이사부, 우산국을 정벌하다 -제28회-

제10장- 서라벌(徐羅伐)

10.1 개선

이사부가 선단을 이끌고 뭍으로 향하기로 한 날이었다. 아장 직삼과 군선 다섯 척을 울릉도에 남겨놓기로 했다. 팔월 중순, 여름더위가 막 물러가기 시작한 때였다.

“장군! 이렇게 떠나시면 언제 다시 뵙겠나이까?”

골계 포구로 배웅 나온 우직이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부디 우직 토두께서 울릉도를 잘 지켜주시오.”

“심려 마시옵소서. 장군의 공덕이 헛되지 않도록 성심을 다해 소임을 완수하겠나이다.”

직삼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군주님! 부디 평안히 개선하시옵소서.”

햇볕에 새카맣게 그을린 직삼의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아장! 내가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우산국 정벌이 가당치 않았을 것이다. 남은 일을 마친 다음 무사히 귀환하라. 아장에게는 앞으로도 신라국 수군을 육성하여 동해를 지켜낼 막중한 책무가 있느니.”

“명심하겠나이다. 서둘러 임무를 마무리한 다음 뭍으로 돌아가겠사옵니다.”

직삼의 눈에도 눈물이 돌고 있었다.

출항하는 뱃전에서 울릉도를 돌아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울릉도란, 보면 볼수록 기묘하다는 느낌이 완연한 섬이었다. 그새 정이 들어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산단화를 묻고 떠나는 발걸음이었으므로 마냥 가벼울 수만은 없었다.

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싸워 이기고 돌아가는 길에 맛보는 날아갈 듯 우쭐한 기분은 개선장수만이 갖는 특별한 축복이다. 그러하므로, 바닷물을 가르며 달려가는 귀로가 당연히 흥겹고 달아야 할 터였다. 그러나 항해가 끝나는 마지막 시각까지 잠도 오지 않고 꿈도 꾸어지지 않은 이틀 내내 이사부의 귀에는 거친 파도소리만 들려왔다.

개운할 줄 알았는데 도무지 그렇지 않았다. 뱃전을 치고 흘러가는 파도 속에 뭔가 불길한 기운이 자꾸만 보일락 말락 했다. 그런 이사부의 미묘한 심사는 아랑 곳 없이, 개선 길에 오른 시종장 명진과 중군장 무덕을 비롯한 모든 장졸들의 표정에는 온통 신명이 가득 차 있었다.

실직 포구가 저만큼 보였다. 포구에는 멀리 바다 위를 떠오는 선단의 귀환을 알아보고 앞 다투어 달려 나온 백성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화려한 개선의 깃발을 올린 전선들은 일제히 북을 요란스럽게 울리며 포구를 향해 나아갔다.

“신라국 만세! 이사부 장군 만세!”

기다리던 백성들의 환호성은 실로 대단했다. 배가 닿자마자 하선하는 군사들을 얼싸안고 좋아하는 모습이 마치 모두 어린아이들 같았다.

하슬라주에 돌아오자마자 이사부는 우선 며칠 동안 국경지대를 점검했다. 예상했던바 그대로였다. 우산국을 점령한 일로 동해안 전선 신라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고구려군의 위세는 현저히 약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빈발하던 왜구의 출몰은 신기할 만큼 완전하게 뚝 끊겨 있었다.

*

호위 무사들과 말을 달려 서라벌로 달려가던 중에, 이사부는 뜻밖으로 왕의 노환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는 근황을 먼저 전해 들었다. 실직주 아장 도형으로부터 받은 보고에 따르면, 중병은 아니었으나 왕의 일상생활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거동이 자유롭지 못할 만큼 왕은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는 내용이었다.

서라벌 궁성 앞에는 남녀노소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와 이사부 장군의 개선을 환영했다.

“대 신라국 만세! 이사부 장군 만만세!”

백성들의 고함은 서라벌 천지를 진동했다.

환우가 깊어졌음에도 왕은 노구를 이끌고 부축을 받으며 대소신료들과 함께 왕궁 앞까지 친히 나와 이사부의 개선을 맞았다.

이사부는 용상에 앉은 왕 이만큼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소장 이사부, 폐하의 성덕에 힘입어 우산국을 정벌과업을 완수하고 무사히 개선하였기에 복명하나이다.”

왕은 용상에서 큰 몸을 어렵사리 일으켜 세우며,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이사부를 반겼다.

“장하고 또 장하도다. 짐은 진작부터 그대 이사부 장군이 반드시 승전하고 돌아오리라 굳게 믿었느니라. 어서 이리 좀 더 가까이 오너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사부는 몸을 일으켜 왕을 향해 서너 걸음 더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좀 더 가깝게 보니 과연 왕의 용태가 더욱 나빠져 있음을 알 것 같았다.

왕이 다시 말했다.

“이사부 장군의 우산국 복속은 신라국이 삼한일통을 이루는 든든한 초석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노라. 짐이 장군의 공적을 어찌 기리고 상찬해야 할 지 생각이 분분했느니라.”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폐하.”

“하여 오늘, 왕실의 종친이기도 한 이사부 장군에게 짐은 칭호를 따로 내려 그 업적을 만방에 과시하고자 하노라.”

천만 뜻밖이었다. 이사부가 깜짝 놀란 것도 그렇지만, 함께 나와 선 대소신료들 사이에 한동안 두선거림이 계속됐다. 이사부는 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렸다.

“망극하옵니다. 폐하.”

곁에 서 있던 시종이 왕에게 두루마리 문서를 전했다. 왕은 느린 동작으로 두루마리를 앞으로 펼쳐 훑어보며 말했다.

“대 신라국의 장수 김 이사부에게 ‘태종(苔宗)’의 칭호를 내려 충심과 공로를 치하하노니, 장군은 짐의 상찬을 기꺼이 받을지어다.”

“황송하기 그지없나이다. 폐하.”

왕이 내린 두루마리를 받아들고 보니 손이 떨리고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종’ 칭호라니... . 서라벌에서는 지금껏 주로 왕의 직계에만 ‘종’의 칭호를 써 왔다. 이사부처럼 직계가 아닌 왕족에게 왕이 직접 칭호를 내리는 경우는 유례가 있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사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왕이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경들은 모두 태종 이사부 장군의 승전을 마음으로 경하하고, 대신들은 그의 충심을 크게 칭양해주기를 바라노라.”

수런거리던 좌중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왕궁 앞을 물러나오면서 대소신료들이 이구일성(異口一聲)으로 이사부에게 축하의 말을 던졌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다양한 그림자가 설핏설핏 보였다.

이사부는 원종과 입종 두 왕자에게 다가가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두 분 형님들께서 성원해주신 크나큰 은덕으로 전쟁을 무사히 치르고 돌아왔나이다.”

입종이 먼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받았다.

“이사부 아우가 이번에 정말 장한 일을 해냈네. 경축해 마지않네.”

그러자 원종도 이사부를 향해 말했다.

“큰일을 해냈구나. 감축한다.”

“감사하옵니다. 형님들.”

인사를 마치고 뒷걸음질로 물러나는데, 입종이 다가서며 말했다.

“이사부 아우! 내일이라도 내 처소에 한번 들르시게. 축하주라도 한 잔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이사부가 다시 몸을 돌려 허리를 굽혔다.

“알겠사옵니다. 형님.”

역시 뭔가 께름칙했다. 원종과 입종 두 왕자의 기상에서 감추고 있는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뭘까. 왜 우산국을 복속한 큰 전공을 세우고 돌아온 자신에게 서라벌 왕궁의 공기가 이렇듯 야릇하단 말인가. 가슴속에서 일고 있는 이 불안정한 파장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뭐가 잘못돼가고 있는 것일까.

시위부에 소속돼 있는 강현(剛玄), 상탁(象卓), 부항(斧恒) 세 장수들이 퇴궐하는 이사부에게 달려왔다. 그들은 이사부의 개선을 뛸 듯이 기뻐하며 이사부 앞에 읍했다.

“진심으로 감축드립니다. 장군!”

이사부가 그들을 얼싸안으며 말했다.

“고맙다. 그대들이 든든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현이 이사부와 잡은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장군이야말로 서라벌의 보배이십니다.”

상탁과 부항이 덧붙였다.

“다음 출정 때는 소장들도 꼭 참여하게 해 주십시오.”

이사부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알았다. 연전 미리미동국 정벌 때 보여준 자네들의 용맹을 내 익히 기억하고 있다. 다음에는 반드시 귀장들과 함께 출정하리라.”

그들은 한동안 승전의 일과 변방의 소식들을 놓고 껄껄거리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

“폐하께서 본의 아니게 너를 시련 속으로 몰고 가시는구나.”

왕궁을 물러나와 본가로 돌아온 이사부에게 모친은 대뜸 근심어린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소자도 이상스럽게 여겨지는 부분이 적지 않사옵니다.”

“네가 우산국을 복속한 소식이 들려온 이후 귀족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여러 억측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느니라. 개 중에는 폐하의 후승(後承)에 연계하여 이런 저런 말을 만드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들었다.”

“예에? 무어라 하셨사옵니까? 폐하의 후승이라고 하시었나이까?”

“그러하단다.”

“폐하의 후사야 원종 형님이 엄연히 계시온데 무슨 연유로 다른 망발이 나오나이까?”

“네가 신라국의 장수로서 세운 공이 워낙 혁혁하고, 폐하께서 너를 깊이 아끼시므로 불거지는 잡음일 게다. 아닌 게 아니라, 네가 약관의 나이임에도 육전과 해전을 가리지 않고 빼어난 용력으로 전사에 드문 승전을 거듭해왔으니 백성들 사이에서 칭송이 자자한 것은 사실이다마는.... .”

“하오나 소자는 전장에서 살고 죽기를 소원하고 살아온 이 나라의 한낱 무부일 따름, 더 이상의 욕망이란 터럭만큼도 없사온데..... .”

“바로 그 점이 문제의 핵심이니라. 네가 왕실의 근족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장으로만 나돌며 성숙해온 무인이라 서라벌의 정치는 아주 모르지 않느냐. 그리고 무엇보다도 폐하께서 강건하시다면 가담(街談)들이 나올 이유가 없을 것이나, 그렇지 않으니 자꾸만 항설(巷說)들이 만들어지는 것일 게다. 뿐만 아니라, 연세가 적지 않으신 원종 가에 후사를 이을 아들이 또한 없으므로 그런 형편이 잡담의 씨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느니라.”

“하오면, 폐하께서 소자에게 내리신 ‘태종’ 칭호가 길래 화근이 되지 않겠나이까?”

“그러하구나. 폐하께서야 워낙 너를 어여삐 여기시는 분이시고, 네 공적이 놀라울 만큼 지대하니 상찬할 바를 궁구하시다가 칭호를 하사하신 것으로 보인다마는, 서라벌의 귀족들이나 백성들의 민심은 그 뜻을 또 다르게 받아들일 개연(蓋然)이 높지 않겠느냐. 하지만, 어미로서 이럴 때 네가 어찌 처신해야 온당할 것인지 길을 찾아주기가 쉽지 않구나. ....어쨌거나, 심신이 많이 곤할 터이니 오늘은 일단 사랑채로 건너가서 푹 쉬거라.”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짓던 이사부의 모친은 피로에 젖은 아들에게 우선 휴식을 취하라고 일렀다.

“어머님, 심려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주무시옵소서.”

이사부는 모친에게 절을 올리고 안방을 물러나왔다.

사랑채 숙소로 건너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문밖에 명진이 찾아와 고했다.

“군주님. 소인 명진입니다요.”

서라벌에 도착한 이래 어디를 싸돌아다니는지 내내 보이지 않던 그였다.

“그래. 들어오너라.”

명진은 뭔가 급박한 이야기를 듣고 온 사람처럼 긴장이 그득한 얼굴로 방에 들어서서 이사부 앞에 엎드렸다.

“소인이 이곳저곳 저잣거리를 다니면서 군주님에 관한 백성들의 말을 들어봤습니다요.”

그의 목소리가 한껏 낮았다. 이사부가 귀를 세웠다.

“그래, 무슨 말이 나돌더냐.”

“서라벌 저잣거리에는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운 군주님께서 단연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라 있었습니다요. 가는 곳마다 군주님의 영웅담이 회자되고 있었사옵니다. 굴러다니는 여러 가지 소문 중에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귓속말도 있었습니다요.”

“입에 담기 힘든 귓속말이라니?”

명진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앉으며 목소리를 더욱 낮추었다.

“송구하오나, 군주님께서 다음 보위에 오르시게 되리라는 이야기였습니다요.”

순간, 몸에 번개가 친 것 같은 충격이 화르르 번졌다. 궁성에서 왕이 이사부에게 ‘태종’이라는 칭호를 내릴 때 스쳐지나가던 바로 그 전율이었다. 그랬구나. 어머니의 걱정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

명진이 말을 이었다.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요.”

“그 뿐이 아니라니? 무엇이 또 더 있다는 말이냐?”

“신라국 최고의 영웅인 장군을 신(神)으로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습니다요.”

“뭐라고? 그게 정말이냐?”

“예. 새를 조종하고 해귀까지 마음대로 부리는 우해왕을 꼼짝 못하게 잡아 항복시킨 장군이야말로 신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얘기였습니다요.”

넘어서는 안 될, 권력과 관련된 온갖 거리소문들이 굴러다니며 부풀려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얼마나 위험한 현상인지를 이사부는 잘 알고 있었다.

“명진아. 엄명이다. 앞으로 이 이야기는 더 이상 귀에 담지도, 입에 올리지도 말아야 한다. 절대로 그래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예. 알겠습니다요.”

전쟁 영웅담이 저잣거리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을 것이었다. 우산국 정벌의 주인공인 이사부에 대한 백성들의 희망과 기대가 뒤범벅이 되어 온갖 풍설 또한 한없이 부풀려 만들어지고 있을 터였다.

명진이 돌아간 다음 이사부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오랫동안 뒤척거렸다.

*

다음날 초저녁 무렵 이사부는 입종 왕자의 집으로 찾아갔다. 밤새 생각하고 한나절을 더 궁리한 끝에 선택한 행보였다. 전날 왕궁에서 헤어질 때 집으로 한 번 오라던 입종의 말이 떠올라 실행한 발걸음이기도 했다.

“아우님 왔는가?”

입종은 환한 웃음으로 마당까지 내려와 이사부를 맞았다.

“어제 형님을 궁에서 잠깐 뵙고 말씀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것 같아서 일부러 찾아뵈었습니다.”

“어서 대청으로 오르세.”

“예, 형님.”

이사부가 막 봉당에 올라서는데, 방안에서 지소부인(只召夫人) 김 씨가 밖으로 나오면서 상기된 얼굴로 반겼다. 이사부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죽은 산단화와 외모가 똑 닮은 지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사부를 맞이하는 지소의 얼굴 또한 상기된 빛을 감추지 못했다.

“어서 오시옵소서. 전쟁터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요. 이리 오르시어요.”

입종과 이사부는 처소 안에서 주안상을 마주 놓고 앉았다. 입종이 먼저 이사부에게 축하주를 따랐다.

“아우님의 개선을 다시 한 번 축하하네.”

“감사하옵니다.”

이사부가 술병을 기울여 입종의 잔에 술을 쳤다. 두 사람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모처럼 마시는 지소부인의 가주(家酒)가 무척 달았다.

잔을 내려놓으며 입종이 물었다.

“우산국 정벌이 얼마나 지난했는지는 소문을 들어서 대략 알고 있네만, 그래 이번 전쟁은 어떠했는가?”

“우선 물살이 높은 바다에서 하는 전쟁이라 처음부터 용이치 않았고, 울릉도의 지형이 워낙 험준해서 난공불락이었나이다. 더욱이 우해란 자의 용력과 술법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사옵니다. 위계도 쓰고 선무작전도 펴고 하여서 가까스로 복속에 이르렀지요. 모두가 폐하와 왕자형님들의 성원, 그리고 장졸들의 용맹 덕분이었사옵니다.”

“그래. 그런데 거기 울릉도에 왜인들이 많이 진출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내막은 또 무엇인가?”

“왜인들에게 울릉도는 물론 그 동남쪽에 있는 우산도라는 바위섬을 침탈하려는 음모가 있사옵니다. 결국은 우산도와 울릉도를 거점으로 반도를 탐할 흉심인 것으로 판단되옵는데, 왜인들의 침략을 물리치려면 지속적으로 방비를 튼튼히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이사부의 설명을 들은 입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거니 받거니 꽤 여러 잔을 나눠 마신 뒤였다. 이사부가 결국 궁금한 일을 물었다.

“사실 형님께 긴히 여쭙고 싶은 게 있사옵니다.”

“뭐든 말하시게.”

“소장이 우산국 정벌을 성공한 이후 저의 전정(前程)과 관련하여 서라벌에서 많은 잡담이 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연유가 무엇이온지요?”

이사부의 질문을 받은 입종은 잠시 말이 없었다. 술잔을 들어 천천히 한 잔을 마신 다음에야 운을 뗐다.

“자네가 이 나라에서 워낙 대단한 전쟁영웅이 되다보니 필연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겠지. 어쨌든 하늘에 태양이 여럿일 수 없는 엄중한 이치가 있지 아니하던가. 굳이 따지고 보면 그런 이치 때문에 비롯되는 잡음일 터인데.....그걸 아우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간단치가 않구먼.”

이사부가 술을 한잔 더 마시고 나서 다시 물었다.

“젊은 날을 오로지 전장에서만 살고 있는 소장으로서는 이럴 때 어떻게 처신해야 마땅한 것인지 도무지 감을 잡기가 어렵사옵니다. 어찌 운신해야 옳겠는지요?”

입종은 또다시 말을 끊었다. 이번에는 상당히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이사부의 뇌리 속에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흐르고 있을 무렵, 입종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데 대하여 오해는 하지 마시게. 어쩌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잘 들어보시게.”

그러고서 입종은 다시 잠시 말을 끊었다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일단, 가능한 빨리 임지 하슬라로 돌아가시게. 그리고 서라벌의 정치 따위는 될 수 있는 대로 염두에 두지 말고, 당분간 국경을 수호하는 일에만 전념하면서 무심히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네.”

“임지로 서둘러 떠나는 것이 도움이 되겠사옵니까?”

입종이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적어도 아우의 의사는 더 분명히 비쳐지지 않겠는가.”

“알겠사옵니다. 형님의 충고를 깊이 혜량해보겠나이다. 감사하옵니다. 입종형님.”

두 사람은 더 이상 그와 관련된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이른 저녁이었음에도, 한참 동안 울릉도 이야기를 비롯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많이 마셨다.

-연재 29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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