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박근혜 정권 임기 3년차를 맞은 시점에서 한일 양국 간 갈등을 얼마만큼 이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지 50년이 되는 상징적 해인 만큼 양국 간 관계개선 가능성을 둔 탐색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교 50주년에 대한 기대감만큼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올 한해 더욱 도드라지며 오히려 한일 간 갈등의 최고점을 찍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같은 징조는 수교 50주년을 맞는 연초부터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이미 독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며 연초부터 역사도발을 감행한 상태다.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기관인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은 지난달 24일 일본인들이 독도에서 어업활동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초등학생 교육용 동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렸다.

일본의 역사왜곡이 고등교육에서 초등교육으로 매년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우리 정부 당국은 최근까지 크게 우려해왔다. 올해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되도록 조심스런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우리 정부의 한일 수교 50주년에 대한 기대감은 이번 도발로 실망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더욱이 한일 양국은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한일 외교차관 협의를 가졌다.

일본 먼저 제안함에 따라 이뤄진 협의였고, 양측은 이 자리에서 "양국이 걸어온 지난 50년의 역사를 회고하고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엮어나갈 것인지를 큰 틀에서 협의했다"고 했다.

양국 수교 50주년을 맞아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보자는 의미를 담은 자리였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의 역사도발은 그 시점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 일본 중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국내 세력화를 공고히 한 아베 총리가 올해부터는 한국과 일본을 자극하는 태도를 자제할 수도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과는 이미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일본의 과거와 다름없는 태도가 이어질 경우 수교 50주년을 맞는 오는 6월부터 광복절이 있는 8월까지가 양국 간 화해 제스처를 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케시마의 날(2월), 교과서 검정(3월), 춘계예대제 계기 야스쿠니 신사 참배(4월) 등 일본의 예정된 역사도발은 부담이다.

오히려 수교 50주년이기 때문에 의례적으로 이뤄지던 일측의 역사도발은 더욱더 국내여론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교50주년 계기 한일정상회담 개최는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일본의 관계개선 의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우리 정부로서도 외교적 대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올초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주도하고, 나아가 3국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를 최근 공식화했다.

3국 간 협력무드를 활용해 한일정상회담을 열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외교적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한일 간 국장급 협의를 통해 일본이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깜짝 타협방안을 내놓을 경우 분위기는 180도 전환될 수 있다.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한일관계 개선의 바로미터로 여겨온 만큼 양국이 타협할 수 있는 '적정선'이 마련되면 한일관계의 '출구'가 단번에 뚫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 외교부 입장에선 한일관계 정상화의 대안으로서 한중일 3국 간 협력사업을 부각시키는 데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공산이 크다. / 강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