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춘천시 옛 도심으로 약 20년간 침체했던 육림고개 상권이 막걸리촌 특화거리 사업에 이어 시민장터(벼룩시장)가 생겨나고, 청년 창업이 잇따라 젊음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사진은 육림고개에 들어선 한방카페 모습.

신도심 개발 이후 침체기 20년…막걸리촌 명소화 사업 후 '환골탈태'
청년 창업 잇따라 상권 활기…이달 정부지원 청년 점포 6개 추가 개점

강원 춘천시 옛 도심으로 약 20년간 침체했던 육림고개 상권에 젊은 기운이 넘쳐난다.

막걸리촌 특화거리 사업에 이어 시민장터(벼룩시장)가 생겨나고, 청년 창업이 잇따르면서 을씨년스럽던 골목이 추억과 젊음의 명소로 변하고 있다.

육림고개 상권은 1980∼1990년대까지 호황을 이뤘으나 신도심 개발 이후 침체기를 맞았다.

상인들은 하나둘 육림고개를 떠나 이웃 동네인 '명동 상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점포 70∼80％가 텅텅 빈 채로 방치됐고, 낡은 점포들은 월세 5만 원가량에 창고로 쓰였다.

한때 북새통을 이뤘던 고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두운 골목길로 전락했다.

해가 지면 비행 청소년들 아지트가 됐고, 주민 발걸음은 더욱 뜸해졌다.

20년 가까이 침체했던 육림고개 상권은 춘천시가 지난해 6월 막걸리촌 특화거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서서히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막걸리촌 조성을 계기로 폐점했던 점포들이 하나둘 닫힌 셔터를 올렸다.

막걸리 가게뿐만 아니라 닭강정, 한방 카페, 레스토랑, 커피숍, 수공예 상점 등 10여 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열었다.

현재 가게 44곳이 장사를 하고 있다.

육림고개 특유의 정감 있는 옛 분위기에 젊은이들 취향을 저격하는 아기자기한 작은 카페나 레스토랑은 꽤 입소문을 타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주변 환경도 새롭게 단장했다.

칙칙한 회색빛과 어지럽게 널린 전깃줄 탓에 도심 흉물로 취급받던 전신주(전봇대)는 한국전력 강원지역본부의 '전력설비 갤러리화 사업'으로 아기자기한 그림 옷으로 갈아입었다.

조명이 없어 초저녁만 돼도 캄캄했던 거리는 LED 등 설치로 밝아졌고, LED 조명에 비친 전신주 그림은 밤에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시민장터도 3회 열렸다.

새 주인을 기다리는 의류, 도서, 수공예품과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제품, 지역 농특산물까지 다양한 제품이 가판대에 오르는 날이면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10년간 이곳에서 한약방을 운영했던 신모(63) 씨는 "예전에는 저녁 6∼7시만 돼도 다니는 사람 없이 완전히 깜깜했다. 심지어는 낮에도 사람이 잘 안 다녔는데 지금은 타지역에서도 많이 찾는다"며 옛 거리를 회상했다.

그 역시 올해 1월 한약방에 카페를 접목한 한방 카페로 업종을 바꾸고 변화하는 상권 흐름에 발맞췄다.

신 씨는 "갈수록 활기가 넘쳐나지만, 앞으로 인사동처럼 사람이 더 많이 찾는 거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육림고개를 살리고 싶어 지난해 9월 닭강정 가게를 열었다는 김모(31) 씨도 "가게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500∼1천 명은 오는 것 같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상권이 갈수록 활기를 띠는 가운데 춘천시는 육림고개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으로 상권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 5월 공모를 통해 청년상인 10명을 선정했고, 이달 6개 청년 점포가 문을 연다.

생활한복, 수공예품, 호프집, 제과점 등 업종도 다양하다.

춘천시 관계자는 "상인들 세대교체와 젊은층 고객 유입을 위해 청년상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청년상인 육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할 과제도 남아있다.

지형이 좁고 가파른 탓에 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50여 대가 수용 가능한 무료주차장이 지난 5월 조성됐으나 명동 일대 상인들과 이용객들이 차지하는 일이 다반사다.

박동신(75) 육림고개상점가상인회장은 "주차장을 유료로 바꾸고 육림고개 상점 이용객들에게는 무료주차권을 제공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춘천시 관계자는 "지형 여건상 주차장 확장은 어려우며 아직 유료 주차장 전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