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4.3 평화포럼 [자료사진]

존 메릴(John Merrill) 전 미국 국무부 동북아실장(한국 분석관)은 21일 "북한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까지 생각해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존 메릴 전 실장은 이날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제주 4·3 평화포럼의 주제발표에서 "제주 4·3 사건은 폭력이 통제를 벗어나 악화하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 일종의 경고로, 북핵 문제에서도 이런 가능성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양측은 선제공격이나 즉각적인 군사 태도를 취하는 대책을 경솔하게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저의 논문에서 한반도의 분단 및 적대 상황이 계속되는 한 제주 4·3과 같은 폭력이 한국 내에서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한반도 핵무기 문제, 선제공격 논의, 소통 채널의 부재가 다 혼합돼 있어 마치 폭발 직전의 상황과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제주 4·3 사건 역시 수십 년간 묻혀 있었는데 내년에 발간되는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국정교과서에 이 사건들이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하다. 사실 언급이나 할 것인가"라며 "합리적으로 역사를 잘 다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존 메릴 전 실장은 1975년 하버드대에서 '제주도의 반란'(The Chejudo rebellion)이라는 학위 논문을 발표, 제주 4·3의 비극적 사실을 알렸다. 제주 등 한국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 온 미국 한국 현대사 전문가다.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 정세분석관 등을 역임했다.

제6회 제주 4·3 평화포럼은 제주 4·3 평화재단, 연세대 인간평화와 치유연구센터,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가 주최로 20일 제주칼호텔에서 개막했다.

포럼 둘째 날인 이날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와 베르너 페니히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 마흐히 압둘 하디 팔레스타인 국제학회 회장, 라소캉 캄보디아 안롱벵 평화센터 소장 등이 세계평화의 지향점 모색과 국제화에 대해 주제 발표했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김성보 연세대 교수, 모리구치 히토시 일본 리츠메이칸우지 중고등학교 교사, 리시주 준국사회과학원 근대사 연구소 연구원 등이 미래 국제사회에 대해 전망한다.

또 왕예양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 연구소 연구원과 이삼성 한림대 교수가 '동아시아의 시대구분과 근대·현대의 성격'에 대해 발표한 뒤 폐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