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일본 관방장관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소의 설치나 운영·감독 등에 일본 정부가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일본 정부는 고 김학순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1990년대 들어 증언과 소송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위안소는 민간 업자들이 운영했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간 학자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동원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되자 1991년 12월 조사에 착수했고, 정부 대변인 격인 가토 관방장관은 6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가토 장관은 "위안소의 설치, 증설과 위안소의 경영·감독, 위안부의 관리, 위안소 관계자 신분증명서 발급 등에 일본 정부가 관여했다"며 "필설로 다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여러분에게 사과와 반성의 기분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고, 이미 발견된 많은 자료가 배제됐고, 강제연행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래도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다음해 8월4일에는 "일본 관헌 등이 (위안부 모집에) 직접 가담했던 일도 있다"는 내용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 담화도 발표됐다.

하지만 가토 담화 이후 20년이 지나는 동안 일본은 위안부 동원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배상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실을 지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007년 3월 아베 신조(安倍晉二) 총리가 "위안부를 강제로 끌고갔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언했고, 올해 5월에는 자민당 의원 4명이 미국 뉴저지주에 찾아가 위안부 추모비 철거를 요구했다. 이중 야마타니 에리코 자민당 의원은 "(일본) 군이 조직적으로 여성을 데려간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6월에는 한 일본인 남성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평화비(소녀상)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어놓았고, 일본 카메라 제조업체인 니콘이 재일 한국인 안세홍 씨의 재중 위안부 관련 사진전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2005년에 도쿄에서 문을 연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이라는 위안부 관련 자료실도 관람객이 2007년 3천224명에서 지난해 1천843명으로 줄어 운영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소개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6일 "일본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한일관계가 제자리걸음인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소영기자dokdotime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