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제특구에 중국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북한은 7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열린 제8회 지린·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의 '조선(북한)의 날 및 중·조무역투자프로젝트상담회' 행사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나선특구와 황금평특구를 집중 소개하면서 투자기업에 대한 각종 우대정책을 홍보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북측 관계자들은 이들 경제특구의 투자 전망이 밝을 뿐만아니라 양국이 공동으로 설립한 관리위원회와 관련 규정에 따라 확실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북한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실패한 중국 시양(西洋)그룹 사건으로 악화된 중국 투자자들의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랴오닝(遼寧)성에 본사를 둔 시양그룹은 최근 중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려 북한에 2억4천만위안(425억5천만원 상당)을 투자했다가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쫓겨났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북한은 이 사건에 대해 합영투자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법률적으로 시양그룹에 더욱 치명적인 책임이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동북아박람회장에서 만난 한 북측 인사는 "합작사업을 추진하면서 분쟁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이는 당사자간의 문제이지 당국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나선특구에 대한 투자 유치에 주력했던 북한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황금평특구를 유망한 투자처로 부각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황금평 개발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북한이 내건 승부수다.

남북 경협이 축소되고 교류가 제한된 상황에서 북한의 땅과 인력, 중국의 자본과 기술을 결합해 개성공단과 유사한 경제특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착공식을 한지 1년이 넘도록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을 낳기도 했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중국 기업인들은 대체로 대북 투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중국 기업인은 "대기업인 시양그룹 사건의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면서 "대북 투자를 검토했던 일부 중국 기업이 투자를 보류하거나 연기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과 공동 개발 중인 경제특구를 제외하면 당장 통행부터 문제가 된다"며 "북측 사업 파트너가 초청장을 보내지 않으면 투자를 하고도 사업 현장을 방문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중국 기업인은 "북한이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지 않으면 외국인 입장에선 투자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소영기자dokdotimes@daum.net